부동산신탁업 신규 인가를 앞둔 3곳이 점차 진용을 갖추고 있는 가운데, 첫 본사를 정하는 과정에서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투부동산신탁은 기존 부동산신탁사들이 모여 있는 서울 테헤란로 인근에 둥지를 마련하기로 결정한데 반해 대신자산신탁과 신영자산신탁은 그룹 본사에 자리를 잡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투부동산신탁, 테헤란로 섬유센터에 본사 마련
한투부동산신탁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테헤란로의 섬유센터 건물 한 개 층을 빌려 본사로 쓰기로 결정했다. 부동산신탁업계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본사가 위치한 여의도에 첫 둥지를 마련할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립 초기부터 돈을 들여 기존 부동산신탁사들이 몰려있는 테헤란로를 선택해 눈길을 끈다.
현재 부동산신탁사 11곳의 본사는 테헤란로 인근에 있다. 생보부동산신탁의 경우 서초동 뱅뱅사거리에 인접한 강남메트로빌딩에 있다가 2017년 12월에 대치타워로 옮기며 테헤란로로 이동했다. 코람코자산신탁과 대한토지신탁, 아시아신탁이 각각 골든타워, 아셈타워, KT&G 타워에 있지만, 모두 테헤란로와 가까운 지점에 있는 건물이다.
부동산신탁사들이 테헤란로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우선 역사적인 배경을 꼽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최초 부동산신탁사였던 한국부동산신탁과 대한부동산신탁은 90년대 초 설립된 후 강남에 본사를 마련했다. 한국부동산신탁은 모회사인 한국감정원의 본사를 활용했고, 대한부동산신탁은 강남 교보생명 사거리와 압구정동, 역삼동 등으로 옮겨 다녔지만 강남을 떠나지는 않았다.
초기 부동산신탁사들이 강남에 자리 잡은 후 신규 인가를 받은 곳들 역시 강남에 본사를 구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강남권 금융의 중심지였던 테헤란로를 본사 소재지로 우선적으로 고려했고, 부동산신탁사들이 하나둘씩 부동산신탁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역사적인 배경 외에 사업적인 특성이 테헤란로에 본사를 정하는데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신탁사의 사업은 부동산개발업체(디벨로퍼)와 부동산자산운용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이들과 원활히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다수의 디벨로퍼와 부동산자산운용사가 테헤란로에 본사가 많은 편이라 부동산신탁사의 본사가 자연그럽게 모이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투부동산신탁 역시 이같은 장점과 효과를 노리고 테헤란로에 본사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신탁사 11곳, 본사 위치
◇대신·신영자산신탁, 중구·여의도 유력
한투부동산신탁과 다르게 대신자산신탁과 신영자산신탁은 서울 중구와 여의도의 모회사의 건물에 본사를 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금융그룹의 본사는 명동성당 사거리 인근 저동1가의 대신파이낸스센터다. 신영증권은 여의도 신영증권빌딩에 있다.
부동산신탁업계에서는 대신자산신탁과 신영자산신탁이 출범 초기 그룹 증권사와 협업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본사를 정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신규 인가를 준비하던 때 태스크포스(TF)에는 각 증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임직원이 일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부동산신탁 사업에서 PF 대주단과의 관계가 중요한 만큼, 같은 건물을 사용하면 이점이 있다.
또 출범 초기에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한투부동산신탁이 입주할 예정인 섬유센터의 3.3㎡(평)당 임대료는 9만4000원, 관리비는 3만9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준층 임대면적에 대입하면 한 달에 임대료 6521만원, 관리비 2705만원 등 총 9226만원이 나간다. 1년으로 따지면 약 11억원가량이다.
부동산신탁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신탁사가 테헤란로에 모여 있다고 해서 어떤 집적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본사 위치에 따른 장단점이 있겠지만 사업에 큰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 한들구역 도시개발사업이 지난달 총액 5500억원 규모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성공적으로 조달하며 본 궤도에 들어섰다. 향후 주요 절차로는 분양승인 정도만 남아 있어 연내 분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DK도시개발(회장 김정모)의 관계사인 DK아시아는 인천광역시 서구 백석동 170-3번지 일대에 추진중인 '인천 한들구역 도시개발사업'을 위해 지난 2월 12일 2600억원 규모의 1차 PF 조달에 이어, 같은 달 28일에 2900억원 규모의 2차 PF 조달을 마쳤다. 2차 PF 금융주관사는 1차와 동일한 KEB하나은행이다. 앞서 DK아시아는 지난 2월 1일 인천 서구청으로부터 한들구역 내에 4805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를 조성하는 내용의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사업승인을 받은 바 있다. 이어 총액 5500억원 규모의 PF 조달까지 성공, 실제 분양에 이르기까지의 대부분 절차를 마무리한 상태다. 한들구역 도시개발사업은 다년간 축적된 도시개발사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행사와 토지주가 상생할 수 있는 진화된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DK도시개발은 매매계약 이후 진행될 4~5년 인허가 기간 동안의 토지대 상승금액을 최초 토지매매계약 시점의 계약금액에 미리 반영함으로써 토지주와의 신뢰를 공고히 했고, 사업승인 이후 토지대를 일시불로 지급함으로써 금융이자가 발생하지 않아 상품에 반영될 원가 비중을 낮춰 사업성을 확보했다. 공익적 측면에서도 최종 소비자인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유익하도록 진행했다. 이같은 추진 방식은 도시개발사업 자체의 안정성 제고에 기여, 금융조달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DK도시개발 측 설명이다. DK도시개발 김효종 본부장은 "그동안은 건설사가 지급보증 및 신용보강 등을 이유로 우월적 지위를 누리며 도시개발사업을 주도해 왔으나, 주택사업 절차에만 익숙할 뿐 도시개발계획 전반에 대한 이해도는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시개발법도 지자체마다 조례가 상당수 상이해 사업실패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도시개발사업은 적정한 인구밀도와 용적률 확보가 매우 중요하며, 전용면적 59㎡, 74㎡ 이하 20평형대가 전체 공동주택의 60% 이상 공급돼야만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한들구역 도시개발사업은 모두 세 단계로 진행된다. 첫 단계로 소유권이전 및 명도관련서류 100%를 금융주관사가 직접 위탁·보관하는 형식으로 우선 확보, 둘째 단계로 공동주택 사업승인을 득해 인허가 리스크를 해소했고, 셋째 단계로 PF자금을 조달해 토지대를 일시불로 지급함으로써 금융이자를 절감해 토지매입 원가비중을 낮췄다"며, "이는 토지주·디벨로퍼간의 상호신뢰와 금융주관사의 적극적인 참여 등, 3박자가 일치돼야 가능한 것으로 한들구역 프로젝트가 PF조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KEB하나은행 부동산금융부 관계자는 "이번 PF는 기존의 도시개발사업과 자금 조달 및 사업 추진 측면에서 기존에 통용되던 패러다임 자체가 달라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그동안 건설사가 지급보증 및 신용보강 등을 이유로 건설사 주도의 사업 형태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 한들구역 도시개발사업은 기존의 PF조달방식에서 탈피, 선진적 도시개발사업의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새로운 상징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 한들구역 도시개발사업은 이같은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사업안정성을 확보한 우수 PF조달 사례로 선정돼, 업계와 학계, 금융기관 등의 부동산PF 교육자료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한편, 인천 한들구역 도시개발사업은 총 사업비 2조 500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도시개발 프로젝트다. 개발구역 내에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와 대규모 주민 커뮤니티 시설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구역 내 각급 학교 및 근린공원, 주민편의시설 조성 등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예정돼 있다. 더욱이 검암역 일대는 교통 관련 호재가 잇따르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 검암역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과 공항철도, 서울지하철 9호선 연계(2020년 예정)로 트리플역세권을 형성하며, 이를 통해 인천 각 지역과 마곡지구 등 서울 강서·강북 진출입이 용이하다. 특히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공항철도 검암역 이용 시, 서울에 위치한 김포공항역까지 단 2정거장만 이동하면 돼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인천 계양지구보다 서울 진입이 더 빠르다. 3정거장 거리인 마곡나루역까지 16분, 서울역까지는 35분이 소요된다. 아울러 검암역에서 마곡나루역까지 인천 국제공항고속도로 이용 시 10분 대에 도달할 수 있다. 직주근접 특성도 두드러진다.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청라국제도시 및 김포·인천공항, 김포양촌·학운2·학운4 산업단지 등이 가까워 풍부한 주거수요 확보가 가능한 단지다. 청라톨게이트까지 차량으로 5분,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인 청라국제도시에 조성될 예정인 하나금융타운·차병원 의료복합타운·청라스타필드 종사자 수요도 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차량 12분, 전철 세 정거장 거리(2020년 공항철도~9호선 연계노선 개통 시)에 위치한 서울 마곡지구의 LG사이언스파크 연구인력 등 종사자 유입도 기대된다. 또한 전 가구 남향 배치로 채광과 통풍 효율을 극대화하고, 단지 남쪽 인근 아라뱃길 조망권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전용 59~74㎡ 중소형 위주로 공급할 예정이어서, 공익성을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 대표 도시개발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DK도시개발 김효종 본부장은 "곧 선보일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를 통해 리스크 없이 개발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 구조, 토지주와의 나눔과 상생을 중시하는 사업 철학을 바탕으로 업계 전반에 적용 가능한 선진적인 도시개발사업 롤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며 "아울러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가 인천과 수도권을 대표하는 새로운 초고층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 임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신증권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대신금융그룹이 부동산디벨로퍼(개발사)로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신그룹은 금융투자업과 부동산 시행업을 하던 종전 사업 방향에서 신탁 사업 방향을 보다 다각화하고 있다.
대신금융그룹은 증권이 보유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조달, 판매역량과 에프앤아이의 대체투자, 부동산가치평가 역량, 에이엠씨의 보유보동산 관리역량, 자산운용의 부동산펀드 상품설계 및 운용 등을 통해 시너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대신금융그룹 디벨로퍼·지분투자 등 부동산 사업 확대=대신금융그룹은 지난해 임대분양한 고가 아파트 ‘나인원한남’에 이어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분양사업을 넓히고 있다.
대신금융그룹의 자회사이자 부동산시행업체인 디에이치씨개발은 지난해 용산 내 고가아파트 ‘나인원한남’(임대분양)에 이어 올해 초에는 강원도 춘천 온의지구에서 총 1556가구에 달하는 공동주택(춘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을 일반분양했다.
직접 시행은 아니지만 출자를 통한 공동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대신증권은 경기 평택시 진위면 마산리 일대에 위치한 ‘전위3일반산업단지’ 개발 사업에 전체 지분 5%(총 25억원)를 출자해 사업에 참여했다. 이 사업의 시행사는 ‘진위3산단 주식회사’로 동훙, 평택도시공사, 대우건설, 대신증권 등이 공동 출자했다.
또한 수도권 오피스텔 분양 사업 시행사(과천PFV)에 지분 투자(10억원)과 함께 금융주선 및 리스크까지 도맡았다. 대신증권이 출자에 참여한 과천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는 과천시 별양동 구(舊) 코오롱타워 별관을 오피스텔 신축 분양(총 599실 및 근린생활시설 포함)을 담당하고 있는 부동산시행사다.
대신증권은 오피스텔 신축 사업에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채권을 위한 자금조달과 리스크 관리까지 함께 하고 있다.
신탁업 예비인허가 확정으로 부동산사업 날개 달아=대신금융그룹은 국내 금융투자업계 가운데 부동산시행사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여기에 예비인가 확정으로 부동산신탁업까지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디벨로퍼로서 기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부동산신탁이란 부동산은 있지만 경험과 자금이 없어 관리나 활용이 제한되는 ‘부동산 소유자’가 소유권을 ‘부동산신탁사’에 이전하고, 부동산신탁사는 소유자가 맡긴 부동산을 효과적으로 개발 관리하여 수수료를 취하는 제도를 말한다.
신규 인가를 받은 부동산신탁사는 2년 후에 차입형 토지신탁 업무를 할 수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 업무는 수탁받은 땅을 개발할 때 사업주가 아니라 신탁사가 직접 사업비를 조달하는 방식으로 개발이익을 나눠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신금융그룹 관계자는 “증권이 보유한 PF조달, 판매역량과 에프앤아이의 대체투자, 부동산가치평가 역량, 에이엠씨의 보유보동산 관리역량, 자산운용의 부동산펀드 상품설계 및 운용능력 등이 결합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초기에는 안정적 기반 확보를 목표로 소형위주의 관리형 토지신탁과 담보부사채신탁을 주요 사업으로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또, 공공성 강화의 일환으로 가로주택 정비사업, 도심공원과 폐산업시설 활용사업, 창업클러스터 조성사업, 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