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의 100% 자회사인 부동산신탁사 ‘대신자산신탁’이 부동산 신탁업에 진출한 최초 증권사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대신증권은 이번 인가로 시공을 제외한 모든 부동산 관련 비즈니스를 그룹사 내에서 원스톱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대신증권이 지분 100%를 출자한 부동산 신탁사 ‘디에스에이티컴퍼니’에 본인가를 내주는 안건을 의결했다. 디에스에이티컴퍼니는 이달 말 금융위원회 최종 승인을 거쳐 사명을 ‘대신자산신탁’으로 다시 변경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신탁 관련 비즈니스를 수행할 예정이다.
부동산 신탁업 예비인가를 획득한 업체 가운데 본인가를 받은 것은 대신자산신탁이 유일하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신영자산신탁,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등 3곳에 대한 예비인가를 의결했다. 신영자산신탁은 신영증권이 유진투자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회사고, 한투부동산신탁은 한국금융지주를 비롯해 우리은행, 현대해상 등 핀테크 업체들이 공동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후 대신자산신탁은 작년 말 김철종 전 대한토지신탁 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한 이후 서울 명동에 위치한 대신금융그룹 본사 19층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지난달 7일 증권사 가운데 일찌감치 본인가 접수를 마쳤다.
대신증권이 ‘부동산 신탁업’ 준비를 속전속결로 마칠 수 있었던 건 그간 대신증권 뿐만 아니라 대신자산운용, 대신에프앤아이 등 거의 모든 계열사가 부동산 관련 다양한 역량과 경험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자금조달을, 대신자산운용은 펀드 설정과 운용을, 대신저축은행은 부동산 투자 등을 담당하는 식이다. 대신에프앤아이는 부동산 가치평가와 대체투자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신증권 측은 "자금조달, 자산관리, 시행업까지 부동산 토털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며 "시공업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대신금융그룹 내에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신자산신탁은 대신증권이 지분 100%를 출자한 자회사라는 점도 다른 경쟁사에 비해 강점으로 꼽힌다. 신영자산신탁, 한투부동산신탁 등은 다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도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할 수 밖에 없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다른 경쟁사에 비해 속전속결로 끝낼 수 있다. 또 이미 부동산 사업 관련해서 비즈니스를 영위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도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대신자산신탁은 금융위 최종 인가가 끝나면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신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이번 부동산 신탁사 본인가는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대신자산신탁까지 가세하면 부동산 신탁회사는 12곳으로 늘어난다. 대신자산신탁은 앞으로 가로주택 정비사업, 도심공원 조성사업, 창업클러스터 조성사업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신탁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대신증권의 판매 네트워크와 우량 고객 풀을 활용해 리테일 상품도 판매할 예정이다.
당국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차입형 토지신탁 업무는 본인가 2년 후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건 만큼 우선은 관리형 토지신탁 업무를 중심으로 영위하며 차입형 신탁업도 차근차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박순문 신영증권 전무를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한 신영자산신탁은 다음달 중에,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9월 중 본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본인가 신청 후 한 달 이내에 심사를 종료하고 승인을 완료한다.
신한금융지주가 그룹 내 부동산금융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기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금융그룹 내 경쟁이 치열한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고자 매트릭스 조직을 구성한 신한금융이 이번에는 부동산금융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선제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최근 부동산금융 매트릭스 조직을 신설하기 위해 보스턴 컨설팅으로부터 자문을 받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취임 이후 원신한을 바탕으로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등 대형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것도 같은 취지에서다. 특히 지난 4월 아시아신탁을 15번째 자회사로 품으면서 부동산금융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당초 신한금융은 아시아신탁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그룹 내 흩어져 있는 부동산 부문을 매트릭스 체제로 재편할 계획이었다. 은행과 금융투자, 생명, 캐피탈사의 IB 그룹을 결합한 GIB 사업 부문 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신한은행의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신한리츠운용 등 기관과 리테일 영역에 걸친 부동산 풀 라인업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신한금융의 부동산금융 컨트롤타워는 우선 협의체 성격을 띨 가능성이 크다. 앞서 그룹의 고유자산을 운용하는 매트릭스 조직인 GMS 사업 부문을 신설할 때도 계열사의 관련 부문을 총괄하는 협의체가 먼저 출범했다. 다만 협의체 성격의 조직이 얼마나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매트릭스 조직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데 따른 조직 내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런데도 부동산금융의 종합 라이선스 성격을 띠고 있는 신탁사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매트릭스 부문이 출범해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개발신탁은 물론 부동산 신탁의 리테일 상품 개발과 판매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속력이 강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신한금융뿐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부동산금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고민이 크다. 최근 재개발과 재건축 경기가 조심스럽게 반등하자 부동산신탁사의 수익성이 여전히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미 KB금융지주는 KB부동산신탁을,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자산신탁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금융지주가 국제자산신탁을 품었고, 농협금융지주 역시 부동산신탁사 라이선스 획득에 관심을 보이면서 금융그룹 저마다 부동산금융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분주해진 모습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임원은 "금융지주 3곳 모두 부동산신탁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은 리테일 영업으로까지 이어진 곳이 없다"며 "은행이 다수의 판매 채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신탁사가 가진 이점을 100% 활용하지 못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이나 카드를 중심으로 한 대출영업에 갈수록 한계가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금융 시장은 새로운 수익원"이라며 "퇴직연금 시장에 이어 부동산금융 시장도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신탁업 신규 인가를 앞둔 3곳이 점차 진용을 갖추고 있는 가운데, 첫 본사를 정하는 과정에서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투부동산신탁은 기존 부동산신탁사들이 모여 있는 서울 테헤란로 인근에 둥지를 마련하기로 결정한데 반해 대신자산신탁과 신영자산신탁은 그룹 본사에 자리를 잡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투부동산신탁, 테헤란로 섬유센터에 본사 마련
한투부동산신탁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테헤란로의 섬유센터 건물 한 개 층을 빌려 본사로 쓰기로 결정했다. 부동산신탁업계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본사가 위치한 여의도에 첫 둥지를 마련할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립 초기부터 돈을 들여 기존 부동산신탁사들이 몰려있는 테헤란로를 선택해 눈길을 끈다.
현재 부동산신탁사 11곳의 본사는 테헤란로 인근에 있다. 생보부동산신탁의 경우 서초동 뱅뱅사거리에 인접한 강남메트로빌딩에 있다가 2017년 12월에 대치타워로 옮기며 테헤란로로 이동했다. 코람코자산신탁과 대한토지신탁, 아시아신탁이 각각 골든타워, 아셈타워, KT&G 타워에 있지만, 모두 테헤란로와 가까운 지점에 있는 건물이다.
부동산신탁사들이 테헤란로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우선 역사적인 배경을 꼽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최초 부동산신탁사였던 한국부동산신탁과 대한부동산신탁은 90년대 초 설립된 후 강남에 본사를 마련했다. 한국부동산신탁은 모회사인 한국감정원의 본사를 활용했고, 대한부동산신탁은 강남 교보생명 사거리와 압구정동, 역삼동 등으로 옮겨 다녔지만 강남을 떠나지는 않았다.
초기 부동산신탁사들이 강남에 자리 잡은 후 신규 인가를 받은 곳들 역시 강남에 본사를 구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강남권 금융의 중심지였던 테헤란로를 본사 소재지로 우선적으로 고려했고, 부동산신탁사들이 하나둘씩 부동산신탁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역사적인 배경 외에 사업적인 특성이 테헤란로에 본사를 정하는데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신탁사의 사업은 부동산개발업체(디벨로퍼)와 부동산자산운용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이들과 원활히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다수의 디벨로퍼와 부동산자산운용사가 테헤란로에 본사가 많은 편이라 부동산신탁사의 본사가 자연그럽게 모이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투부동산신탁 역시 이같은 장점과 효과를 노리고 테헤란로에 본사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신탁사 11곳, 본사 위치
◇대신·신영자산신탁, 중구·여의도 유력
한투부동산신탁과 다르게 대신자산신탁과 신영자산신탁은 서울 중구와 여의도의 모회사의 건물에 본사를 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금융그룹의 본사는 명동성당 사거리 인근 저동1가의 대신파이낸스센터다. 신영증권은 여의도 신영증권빌딩에 있다.
부동산신탁업계에서는 대신자산신탁과 신영자산신탁이 출범 초기 그룹 증권사와 협업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본사를 정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신규 인가를 준비하던 때 태스크포스(TF)에는 각 증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임직원이 일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부동산신탁 사업에서 PF 대주단과의 관계가 중요한 만큼, 같은 건물을 사용하면 이점이 있다.
또 출범 초기에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한투부동산신탁이 입주할 예정인 섬유센터의 3.3㎡(평)당 임대료는 9만4000원, 관리비는 3만9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준층 임대면적에 대입하면 한 달에 임대료 6521만원, 관리비 2705만원 등 총 9226만원이 나간다. 1년으로 따지면 약 11억원가량이다.
부동산신탁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신탁사가 테헤란로에 모여 있다고 해서 어떤 집적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본사 위치에 따른 장단점이 있겠지만 사업에 큰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신탁사 예비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신영증권이 출자승인 신청을 하는 한편 본격적으로 직원 채용에 나서는 등 신탁사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사가 영업을 시작하는 오는 10월부터는 관리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신탁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대신증권은 대신자산신탁(가칭)의 직원모집 공고를 내고 신규 및 경력직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초기 인원은 40~50명으로 계획하고 있다. 김철종 전 대한토지신탁 본부장을 영입하고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앞서 출자승인은 금융당국에 신청한 상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승인이 나면 6월 중에 회사를 설립하고 본인가를 신청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자본금 1,000억원의 대신자산신탁은 대신증권이 단독 주주여서 여러 주주로 구성된 경쟁 신규 신탁사에 비해 속도를 낼 수 있다.
한국금융지주가 50%를 출자한 한투부동산신탁(가칭)은 총 70~75명으로 시작한다. 앞서 다올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 등에서 근무한 이국형 전 하나자산운용 대표를 수장으로 내정했다. 계열사 지원을 통해 모집한 인원 외에 약 60명을 외부에서 충원한다. 이 중 15~20명만 신입으로 뽑고 나머지는 경력직으로 채울 계획이다. 전산개발·내부통제시스템 등도 구축하고 있다. 신영증권도 최근 부동산신탁사 채용 공고를 내고 인력 모집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에 출자승인 신청도 했다. 신설 신탁사의 인력 모집이 시작되면서 기존 신탁사들은 인력 유출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신규 3사에 ‘인력 빼가기’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 인가를 받은 신탁사들은 늦어도 9월 초까지 본인가를 신청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1개월 내 본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10월부터 신탁업계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신설 신탁사들이 내세웠던 특화 사업의 실현 여부에 주목한다. 신영의 경우 기존 신탁사나 시행사의 관심이 적었던 노후 중형 부동산의 개발과 자산관리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개인들의 부동산 자산 개발 및 관리까지 맡아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투는 주주사인 카카오·다방·피노텍 등과 손잡고 부동산 신탁 상품에 소규모 P2P 투자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2030세대의 재산증식을 돕겠다는 포부다. 후분양제를 지원하는 신탁, 미니개발 신탁 등도 특화사업으로 제시했다. 대신은 가로주택 정비사업, 도심공원 조성사업, 창업클러스터 조성사업 등을 특화사업으로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영업이 시작되면 특화사업보다는 기존의 관리형신탁 시장 내에서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성근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차입형 토지신탁은 인가 조건상 2년 후에나 영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노하우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책임준공형 관리신탁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대형 신탁사 관계자는 “신규사들의 특화사업 계획을 보면 한투의 핀테크 연계 투자상품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눈에 띄는 사업이 없다”며 “수익성이 떨어져 기존 신탁사들이 손대지 않았던 영역인데 과연 신설사들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사업을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